본문 바로가기

thoughts

CTO는 뭘 해야하지.



Startups


(https://accounts-flickr.yahoo.com/photos/99373417@N05/9414293630/?rb=1)


개인의 많은 것을 반납한 모든 팀원들의 노력이 다행히 헛되지 않았는지, 우리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 성장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좋은 현상이고 진심으로 기쁜 일이다. 걱정이 하나 있다면 개인적으로 그 속도를 따라가려니 생각보다 벅차다는 것인데, 그런 와중에 공감가는 아래 포스팅을 보고 잠깐 현재를 정리하고자.

창업하고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만 3년을 꽉 채우고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소문은 빠르니 아는 분들은 이제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회사는 2015년 1월에 옐로모바일/옐로O2O의 한 식구가 되었다. 자연스레 그간의 행정적, 재정적, 영업적인 다양한 고민들을 어느정도 해소하게 되었고 이제 진짜 "일”을 하고 작아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작년 말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SDK를 만들고 서버를 구축하는건 개발팀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우리 회사의 모든 제품이 그렇듯 이 프로젝트도 나에겐 새로운 분야의 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엔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산정된 프로젝트 기한은 “예상날짜”가 아니라 “목표날짜”의 의미에 가깝다. 다시 말해 경험과 도메인 지식의 부족 등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시 최대한 시간을 벌어두어야 막판에 시간관리를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것. 개발은 차치하더라도 나의 프로젝트 리딩 또한 얕은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 혹은 옳은 것인지 기준이 스스로 확고하지 않은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선 고민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부터 코드의 추상화 레벨과 개개인의 역할 등 나에겐 하나하나가 전부 의문점 투성이다. 대부분의 고민이 내 경험과 지식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면 반대로 아예 정답은 없고 선택의 문제임을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연말부터 하고 있는 수십가지의 생각과 고민중 하나가 회사에서 CTO로서의 역할이다. 내가 CTO라니 참 부끄러울 수밖에. 나는 개발 경력이 충분한 편도 아니고, 대학원을 떠나 시작한 첫 커리어가 창업이었으니 그 당시에는 사실 CEO니 CTO니 하는 C-level 직함의 무게를 제대로 알리 없었다.


창업 초기, 팀원이 10명도 안되는 작은 조직에서는 말 그대로 모두가 모든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고 사실 직함들은 별 의미가 없다. 
상단의 포스팅처럼 나도 다양한 일을 해야했다. 기술을 만들기 위해 코딩을 하고 홈페이지도 꾸미고 문화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수 없이 논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팀원으로 만드는 일도 했다. 서비스 만든답시고 UX공부도 따로 했고 디자인 작업에도 욕심내어 앱 아이콘 디자인도 해봤다.
비록 그 서비스는 얼마 가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B2B로 방향을 바꾼 후 기술기반의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고객을 만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렇게 저렇게 시간은 1년, 2년 금방 흘렀다. 그 사이 회사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투자유치와 함께 인원과 사무실을 확충하는 등 질적/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어느 새 20명이 훌쩍 넘는 회사가 되었고 이제는 팀원들의 정확한 역할분담이 생겼으며 많아진 인원만큼 다양한 일이 생겼다. 이젠 어떤의미로든 관리자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임을 느꼈다

그럼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것일까. 물론 개발을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새로운 분야를 빠르게 배우는 일에 자신이 있고 그게 가장 잘 하는 일이다. 다 잘하면 좋겠지만 회사를 만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개발자로서, 프로젝트리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역할에 배울 것들이 차고 넘쳐 어느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모든 면면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텐데, 일환으로 얼마전엔 개발팀 전체의 관리는 나보다 더 능력있는 팀원에게 일임하고 온전히 진행중인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팀을 조율하고 개발자로서의 팀원 역할을 하는 와중에도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당분간 혹은 더 오래, 배우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기간에도 회사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에도 일조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을 것이다. 지금껏 회사를 만들며 겪은 모든 일이 첫 시도였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며 3년을 꽉 채웠듯, 앞으로 또 몇년간은 때에 맞는 역할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생각이다.

각각의 회사 환경이 다르니만큼 우리도 우리회사에 꼭 맞는 CTO의 역할이 분명 있을텐데, 언젠가는 나도 회사도 만족할 만한 상황이 올거라 믿으며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

(다른 벤처의 CTO분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런 고민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양한 시각을 접한다면 큰 힘과 도움이 될지도..)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신년 에너지 정책  (0) 2015.02.22
스타트업. 벤처. 돈. 그리고 사람.  (0) 2014.09.07
스타트업 구인광고  (0) 2014.06.27
일과 삶의 균형.  (0) 2013.12.01
진짜 창업  (0)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