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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 - 매일 새로워지고 또 매일 새로워지다.


5월인데 마치 6월 초여름처럼 유난히도 더웠던 토요일, 팀원들과 오전에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끝낸 후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오던길이었다.

내가 앉아있던 버스 뒷자리만큼의, 딱 그만큼의 높이에 은행잎들이 책상위의 서류더미들처럼 쌓여 나뭇가지에 축 늘어져있는게 아닌가. 매해 보아왔던 흔하디 흔한 은행잎이지만 언제 이렇게 많이 나와 자기들끼리 겹치고 쌓일 정도로 자랐을까...했다.

십수년을 보며 자란 은행나무에게 매 해 신기하고 경이로움마저 느끼는 이유는 아마 가을이 되면 또 샛노랗게 변할 것이고, 얼마 가지 않아 앙상해질 것이며, 내년 이맘때쯤엔 또 이만큼이나 자라있겠지...라는걸 알기 때문일테다.

사람도 그러하면 좋을텐데. 챗바퀴같은 반복된 삶일지라도, 자연이 매일 변해 계절을 이루고, 계절이 모여 한 해가 지나고, 이를 열번 반복하면 강산이 바뀌는것 처럼.

매일매일 1분씩 바뀌어 나가다 보면 계절이 지날 즈음엔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을것만 같다. 삶이 피곤해 조금은 느슨하게 지내더라도 괜찮지 싶다. 그래도 두 계절 정도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변해있을테니까.

꾸준한 사람은 끝끝내 변화를 이루어 결국엔 단조롭지 않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는 삶이 너무나 피곤하지만 이를 견디어낼 힘이 생기는 건, 적어도 두 계절 이후의 내가 어떻게 변해갈지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이 단조로운 삶을 사는 것이 진짜 지겨운 삶인것을.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 - 매일 새로워지고 또 매일 새로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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